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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1 22:27

재즈와 사상(思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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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사상(思想) - Swan Kim -

앤소로폴로지(인류학-Anthropology) 라는 재즈 곡명이 있다

이곡은 모던(Modern)재즈의 주된 연주스타일로써 초인간적인 빠른 템포가 특징인데
예전부터 사용해 왔던 아날로그 박자기인 클래식 메트로놈에는 찾을 수 없는 208 이상의
템포로 연주된다.


몇 년 전에는 주류 장르가 아닌 저예산의 재즈소재의 영화인 “위플레쉬”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흥행에 성공했었는데 그 영화의 초반 부분에 이 “더블타임”이라는 용어가
음악적 설명 자막처리가 전혀 없이 계속 화두로 강조되고 있었다.
 
“더블 템포” 혹은 “더블타임 템포”는 두 배의 속도로 연주하라는 뜻이지만
재즈캣(Jazz Cat-재즈광)들에게는 한 박자에 8분 음표가 바운스 하는 스윙의 음표로 간주되니

 결국 템포를 분할해서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유럽 고전음악의 통념에서 얘기되는 

가장 빠른 비바체의 템포도 두 배의 빠른 속도로 연주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

 가히 초인간적인 면모를 요구하는 재즈템포이다.


영화 “위플레쉬”는 축약하면 재즈드럼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빠른 템포에 도전하는 인간의
한계와 성취를 재즈 예술혼(?)이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서 그려지고 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봤다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유인 즉, 

30년 전 재즈를 찾아 메카인 뉴욕으로 유학 가서 처음 마주친 

필자의 첫 스승인 이노스 페인(Enos Payne) 과의 겪은 갈등이 

영화와 너무나도 흡사 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이 영화는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인종갈등의 화두는 배제 시켜서 대중들에게는 폭넓게 닥아 설 순 있었지만, 

실은 대중들은 정확히 재즈가 어떤 음악이고 

또한 재즈의 사상(思想)은 어떠한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른 음악들은 가사가 전달하는 것에 그 곡의 사상과 뜻을 이해하게 되지만 

악기연주가 중심이 되고 즉흥연주(Improvisation)가 주된 연주가 되는 재즈는, 

특히 두드리는 타악기의 연주에서는 더더욱 황당하기 그지없다.


여기에서는 오직 빠른 템포와 연결되는 초인간적인 면을 추구하거나 

그것에 도전하는 정신들을 포함해서 실패와 좌절을 포함해 역경을 이겨내고 

성취해 가는 인간승리로 봐야 할까?
혹은 영화의 설정에서는 배제된 인종갈등을 넘어서 

자유를 향한 오랜 외침으로도 봐야 할까?


그러나 필자의 경험상, 과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필자가 유학 갔을 때에는 실로 재즈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실제로 생존하여 클럽이나 공연장 또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공연하곤 했다. 

필자가 행운이었던 것은 재즈역사속의 실존 인물들 이였던 그들과 어울려 

많은 시간들을 함께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얼핏 오해 했던 우리들의 한(恨)의 역사에서 느껴지는 동질감 이라든지

 다른 이면의 재즈의 심오한 철학과 사상을 느끼기는 커녕, 

먹고사는 현실에 안주하여 모든 음악 활동의 초점이 모여 있는 듯한 

뉴욕 재즈 프로페셔널 세계를 경험하고 보고 말았다. 


그리고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되고 실망이 무척 들은 적이 있었다.

크나큰 예술음악으로 여겼던 재즈 중에서도 비밥연주 스타일의 창시자인

 디지 길레스피
(Dizzy Gillespie)와는 마주하니 그냥 코미디언 같았고 

곡명에서 풍기듯이 올로지(~ology)가 붙어 있으니 

무슨 탐구나 학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간주 했으나 실은 괜히 멋있어
보이라고 제목만 허세를 틈타 그렇게 지은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디지 길레스피의 원조격인 초창기 재즈역사의 인물인 루이 암스트롱
(Louis Armstrong)이 생각난다.

 이들은 코메디를 하는 엔터테이너일까? 시대에 따라 편승 하고 야합하는 지혜로운 음악예술가들일까? 
더 더욱이 한편으로는 가까운 첫 스승의 질투인지 채책질(위 플레쉬)인지, 

재즈를 창시한 위대한 흑인스승인데 현실의 괴리에서 탄생된 보상 심리를 

재즈를 공부하러온 동양인 제자인
나에게 회포를 풀고 있었으니 실로 가관이었다.


사람은 신념을 가질 때 큰일도 해낼 수 있음에 재즈를 찾아 지구 반대쪽으로 날아와 

재즈를 크나큰 예술로 알고 뉴욕 맨해튼 노상에서 알바 하면서 나 홀로서기 연습도 할 수 있었는데... 

이념이나 종교처럼 닦아온 재즈는 결국엔 그 중심에 선 사람들로 인해 상처 받고 상실감을 갖기 시작하더니 

떠나려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재즈에 대한 열정을 불붙게 해 준 것도 실은 재즈인들이었다.

두 번째 스승이었던 재키 바이어드(Jaki Byard)와 배리 해리스(Barry Harris)는 연륜이 있어서 인지

 훨씬 여유롭고 포용력이 넓었다. 가끔 배리의 용어 사용에 대한 지론의 고집은 어쩜 그를 더더욱 빛나게 했다.


걸쭉한 보이스의 그라울(growl)창법과 스캣 싱잉(Scat Singing)의 창시자인 루이 암스트롱!
밝고 높은 음을 자주 연주하는 트렘펫 하이음역의 개척자! 등등의 수식어가 끝이 없지만 

누구도 그를 어릿광대라고 비아냥하기 보단 그를 위대한 재즈 예술가라고 부르고 있지 않는가?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이들이 무슨 자기계발이나 신념이 강하고 종교적인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재즈사상으로 무장 되어 있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단지 좋아하는 것을 했고 대중들의 기호도에 적당히 맞추어 

연주 스타일을 진행시켜 왔을 뿐이다. 


그렇지만 암스트롱이 재즈 엔터테이너의 원조였다면 

길레스피는 암스트롱과는 쫌 달리 창조적인 혁신을 대중과 타협 하면서도 

자신내면 으로는 기존 재즈의 혁신을 주도해왔다는 또 다른 위대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모던재즈의 중추인 

이른바 재즈가 진지한 감상용이자 예술음악으로 불리우기 시작한 “비밥(Be-bop)”의 혁명이었다. 

물론 재즈세계에는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이나 유셉 레티프(Yusef Lateef) 같은 

사상과 종교에 심취한 심각한 분들도 적진 않다.


단지 길레스피는 대중기호에 맞춘 엔터테이너의 기질 외에도 

내면에는 자신의 신념과 사상이 녹아 있어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아트 폼으로 승화 시키는

 야누스적인 두 개의 얼굴로 표현
되고 있었을 뿐이다.


이 포인트를 알면 재즈에 대한 생각이 대중음악인지 순수음악 인지 야술인지 예술인지를
떠나서 그저 넉넉해진다.


어차피 오늘날 각박한 현대사회에 

편안함의 쉼터를 줄 수 있는 재즈음악 이라면 환영할 만하다. 

이제는 한국도 불과 수 십 년 사이에 수많은 카페, 광장, 심지어 엘레베이트 안에서도 

그 부담스러운 제목의 인류학(Anthropology), 조류학(Ornithology) 또한 

말도 안 되는 또라이학(Crazyology)의 제목들의 비밥 재즈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리고 어눌한 몽크(Monk)의 발음에서 파생된 것인지?
제목이 시사하는 바도 뜻도 없는 제목인 “리듬 에이닝 (Rhythm-A-Ning)”과

 ‘과연 이것이 직립원인일까?’의 의구심을 갖게 되는 밍거스(Mingus)의

 “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pithecanthropus erectus)” 등등의 

수많은 정체불명의 재즈곡명들은 이념과 사상 그리고 탐구적인 학문성을 뛰어넘어서 

오직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통해서 자신들만의 겸연쩍은 이데아(Idea)를 표현하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즉흥연주 한 것은 악보가 없는 부분이기에

 다시 주워 담아서 똑같이 연주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재즈의 즉흥연주는 영원한 자유의 소리로 남고, 

사라지고, 또 새로이 존재 할 것이다. 

그것이 재즈의 사상(思想)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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